나는 죽마고우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 놀았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단연코 'NO'다. 지금보다 집순이 성향이 더욱 강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린 날의 내겐 이상하게 친구가 넘쳐났다. 심지어 몇몇 친구들은 나를 두고 싸움을 벌이기도 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우리 집에 놀러왔던 친구 두 명이 나와 단짝이 되기 위한 암투를 벌이다가 결국 화장실 욕조 안에 쭈그리고 앉아 서럽게 울던 모습이 뇌리에 박혀 있다. 그러나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 둘 모두 나의 친구라고 하기는 어렵다. 내 성격에 절교 따위를 했을리는 만무하고, 그렇다고 다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연락처를 모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한 명은 이름이 무엇이었는지조차 헷갈린다.
이사나 진학 등의 외적 요소들이 작용한 탓도 있지만, 사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은 내적인 요소(굳이 여기서 구구절절 다루고 싶지 않은, 내 성격의 최대 약점-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해 보고 싶다-)에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죽마고우의 부재에 대해 딱히 불만을 가져본 적도, 누군가를 원망해본 적도 없다. 단지 일말의 부러움을 가지고 있었을 뿐. 그런데 오늘, 너와의 만남이 그 부러움마저도 깨끗이 없애주었어.
너는 감정을 싣지 않은 듯한 무미건조한 말투로 지나가듯 말했을 뿐이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 머리를 제대로 한 대 쾅! 맞은 기분이었어. 아, 그랬구나. 내게도 10년 친구가 있었구나. 난 사실 세월이 그렇게나 많이 흘렀다는걸 전혀 인식하지 못 하고 있었거든. 사실 절대적인 숫자가 뭐가 중요하겠냐마는, '10년'이라는 시간은 역시 뭔가 좀 특별하게 다가오잖아.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을 보내면서도 여태껏 이렇게 이어질 수 있던 우리 인연이 참 신기해. 사실 자주 만나지도 못 했잖아. 각자의 생활로 바빴고, 일상을 공유하기는 커녕 일 년에 한 두 번 얼굴을 볼까말까 했지. 그런데도 우리는 만날 때마다 어색하지 않게 웃을 수 있고, 수많은 얘깃거리들이 잠시의 틈조차 허락하지 않고 솟아나잖아.
손톱만큼의 꾸밈도 털 끝만큼의 부담도 없이 깔깔 웃으며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마음 설레는 일인지, 그리고 오늘 너를 만나고 돌아오는 내 마음이 어찌나 벅찼는지. 아마 너는 앞으로 10년이 더 지나도 알 수 없을거야. 나의 소중한 10년 지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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